[위키북스 책들을 베타리더 해주고 계신 정지웅님의 허락을 받아 글을 인용합니다.]

얼마전에 실천가를 위한 실용주의 프로젝트 관리 7Weeks를 번역하신 Hani님 블로그에서 ‘동양과 서양의 차이’라는 좋은 글을 읽었습니다. 읽다 도중에 내려놓고 만 안정효씨의 ‘안정효의 영어길들이기 - 번역편’에서 접한 내용과도 일맥 상통하는데, 기본적으로 번역 특히, 문화권이 다른 언어에 대한 번역은, 그 근본적인 사고관의 차이를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죠. 요즘은 워낙 누구 표현대로라면 ‘세계화’ 시대이기 때문에, 사실 외국의 사고관이 반영된 어투가 우리의 일상에서도 자주 쓰이는 것을 목격합니다. 한국어에는 어울리지 않을법한, 수동태나 , 사물에 대한 의인화가 극단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것도 그 예 중 하나이고, 번역서를 자꾸 보다보면, 독자 스스로가 어느새 어색한 영어식 문장구조에 적응되어 버리는 사례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번역이란 무엇일까요? 특히 IT서적에 있어서요. 이 질문에 앞서서, 특히, 보통의 인문서적과는 그 궤적을 달리하는 IT 서적의 번역의 특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번째로, 언어/용어의 문제. 모든 분야에 적합한 언어와 용어가 존재하듯이, IT분야도 (어쩌면 유독히 심각하게) 그 계통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술이 외국 (특히 영어권)에서 먼저 유입되는 특성상, 왠만한 용어는 영어 그 자체 또는 처음 소개될 당시의 번역용어가, 계통 사람들 사이에 공통의 언어로 자리잡게 되죠. 사실 더 나은 우리말 번역이 존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번 정착되면 사실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현상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현상이 그 자체로 이 특수한 번역의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점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언어를 선정해야 하고, 어느 편으로 선정되어도 독자의 취향에 따라 선호도가 갈리기에, 이 문제는 무척 어려운 선택이 되겠지요.

두번째로, 의역의 문제. 원문의 의도를 살리는 것과, 독자가 보기 쉬우나 역자의 의도가 개입된 의역. 어느 것이 나은 번역일까요? 정말 맛깔나게 글을 쓰는 저자들이 있습니다. 다른 문화권의 사람으로써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 의도를 이해할 경우, 책의 재미을 곱절로 늘려주기도 하고, 그러한 의도 속에 책의 정수가 배어 나오기도 하지요. 하지만, 원저자의 의도를 100% 이해하더라도 정서가 다르고, 그 정서를 모든 독자가 다 이해하지 못한다는 한, 그러한 의도전달의 가치도 빛이 바랠 수 있습니다. 아예 역자가 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만의 필터를 돌려서, 새로운 언어로 바꾸어 내는 의역은요? 보기에는 어색하지 않겠지만, A - 역자 - B 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이미 그 순간 다른 책이 되어버릴 위험도 있습니다. 사실 독자들의 상당수는 역자가 아닌 저자의 이름을 보고 책을 구입하니까요.

그래서, 결론은? 사실 정답은 없다고 봅니다. 다만, 저는 번역은 그 자체로, 시작시점부터 원문에 대한 반역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자의 의도를 살리던, 독자적인 해석을 취하던지간에, 이미 원문과는 다른 궤적을 그릴수 밖에 없고, 그렇다면,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어떠한 목적으로 책을 구입하겠는가를 생각해보고, 그 반역의 정도를 조절할 수 밖에요. 저자를 자리에서 끌어내리느냐, 자리에는 얌전히 모셔둔채, 살살 밀어내느냐의 문제이겠지요.

야심한 밤. 휴식을 핑계삼아, 결론도 내리지 못한 질문 하나를 던져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세요? 그리고 그 답은 무엇인지 제게도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결론이 무척 궁금하거든요 ^^

좋은 자료들

다른 좋은 자료 알고 계시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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